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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 서정희 제공 |
잠언을 읽다가 오래전 좋아했던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꽃의 지혜》를 다시 펼쳤다.
마테를링크가 바라본 식물은
그저 조용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었다.
땅에 뿌리를 박은 채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존재.
비가 온다고 피할 수도 없고,
추위가 온다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다.
그런데 그 움직이지 못하는 운명 속에서
식물은 놀라울 만큼 치열하게 살아간다.
뿌리는 보이지 않는 땅속을 더듬어
물과 양분이 있는 곳을 찾아가고,
줄기와 가지는 빛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간다.
가로막힌 가지는 다시 방향을 바꾸고,
꽃은 찬란한 색과 향기를 만들어
벌과 나비를 불러들인다.
움직일 수 없기에
더 정교하게 감각하고,
도망칠 수 없기에
더 영리하게 살아남는 것이다.
나는 그 대목에서 자꾸 인간인 나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도 살면서
내가 움직일 수 없는 자리들을 만난다.
바꿀 수 없는 과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상황,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관계와 현실.
그럴 때 우리는
왜 내 인생은 이럴까 생각한다.
그런데 꽃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와 싸우면서도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어둠 속에 있는 뿌리는
끝없이 물을 찾고,
줄기는 빛을 향하고,
꽃은 자기에게 주어진 향기와 빛깔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사용한다.
그래서 내가 오래전 밑줄을 그어둔 문장이
오늘은 잠언을 읽으며 다시 살아났다.
작은 꽃 한 송이가 역경을 견디고 피어나기 위해 쏟는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인간이 자신의 고통과 싸우는 데 쓴다면, 삶은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말.
나는 그 문장을 읽을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진다.
그리고 오늘은 이렇게 바꾸어 생각한다.
꽃이 자기 안에 있는 생의 힘을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듯,
나도 말씀 앞에서 받은 지혜를
그저 ‘좋은 말씀’으로 읽고 지나치지 말자.
오늘 한 구절을 읽었다면
그 한 구절을 내 말에 써보고,
내 관계에 써보고,
내 선택에 써보고,
내 삶에 한 번이라도 투여해보자.
말씀을 많이 아는 것보다
한 말씀이라도 살아내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가장 작고도 강한 시작일 것이다.
꽃은 움직일 수 없지만
끝없이 빛을 향해 움직인다.
나도 그렇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주님께 맡기고,
내가 오늘 바꿀 수 있는 단 한 가지에는
말씀을 깊이 투여해보고 싶다.
꽃 한 송이가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슬러
끝내 꽃이 되어가듯.
아침마다
빨래를 하고 개고,
설거지를 하고,
행주를 삶고,
식사준비를 하는
같은자리라 해도
반복된 일상속에서도
오늘 받은 말씀 한 줄로
내 삶을 조금 다르게 피워보고 싶다.
책을 읽으며 무한한 나의 삶을 상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