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오디세우스는 왜 길을 잃었을까?

한상옥 기자 한상옥 기자 / 기사승인 : 2026-09-20 23: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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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오디세우스는 왜 길을 잃었을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를 현대의 스크린에 불러온 그의 시도는 단순한 신화의 영화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초연결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정작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정재우 목사 칼럼 가족행복학교▲
필자는 영화 개봉일 극장을 찾아 《오디세이》를 보고 “우리 모두는 귀향을 꿈꾸는 오디세우스다”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극장을 찾았다. 이번에는 4DX였다. 파도와 폭풍, 괴물의 위협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오디세우스의 행적을 다시 좇았다. 처음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장면이 마음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오디세우스는 왜 길을 잃었을까?
트로이 전쟁 10년 만에 승리를 거둔 순간, 그는 인간의 복수와 증오가 얼마나 잔혹한 결과를 낳는지를 목격한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간 안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신과의 약속도, 인간 사이의 약속도 깨졌다. 승리의 순간에 이미 귀향의 길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그가 곧장 이타카로 돌아가지 못한 것은, 신들이 그에게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하려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굶주림과 괴물, 포세이돈의 폭풍과 사이렌의 유혹을 통과해야 했다. 마침내 배는 파선되고 부하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는 홀로 살아남아 한 섬에 표류했고, 기억마저 잃은 채 망각 속에 머물렀다.

그러나 인간은 기억을 잃어도 본성의 가장 깊은 곳까지 자신을 잃지는 않는다. 간헐적으로 깨어나는 그리움은 그가 길을 잃은 존재임을 일깨웠다. 결국 그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칼립소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귀향의 길에 오른다.

현대인은 어떠한가.
사회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디지털 시대의 인간을 가리켜 ‘함께 있지만 홀로 있는 사람들’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깊은 대화와 친밀한 관계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연결의 숫자는 늘었지만 귀향할 관계는 줄어드는 것이다.

문화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는 현대 문명의 비극을 ‘타자의 배제’에서 찾는다. 우리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밀어내고, 두려움과 분노로 경계를 세운다. 그가 제시하는 복음의 길은 배제와 보복이 아니라 ‘포용과 화해’다.

그렇다면 현대인이 길을 잃는 순간은 언제인가. 실패할 때만이 아니다. 오히려 성공의 절정에서일 수 있다. 출세했을 때, 권력을 얻었을 때, 경쟁에서 승리했을 때, 우리는 묻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묻는다.
“나는 그 승리의 순간에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가족을 잃고, 동료를 잃고, 약속을 잃고, 인간다움을 잃었다면 그 승리는 이미 귀향의 길을 막는 폭풍이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오래 마음에 남는다. 오디세우스는 왕좌를 되찾는 데 머물지 않는다.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왕위를 맡기고, 사랑을 지켜낸 아내 페넬로페와 함께 서쪽으로 떠난다. 해가 지는 곳,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는 평화로운 곳, 먼저 떠난 동료들의 명복을 빌어야 할 곳으로 향한다. 놀란이 새롭게 만든 이 결말은 정복의 서사를 애도와 속죄, 평화의 여정으로 바꾸어 놓는다.

진정한 귀향은 왕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사랑으로, 지켜야 할 약속으로, 용서해야 할 기억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귀향은 이 땅의 어느 집이 아니라, 모든 상처와 이별이 끝나는 신적 영원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디세우스가 길을 잃었다면, 우리도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그리움이 남아 있다면, 아직 돌아가야 할 얼굴이 있다면, 아직 용서를 구할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완전히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귀향은 길을 찾는 일이기 전에, 내가 누구였는지를 다시 기억하는 일이다.

 

세계투데이 / 한상옥 기자 san919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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