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로나 1년, 불황 속 공연장 “눈으로 말해요”

김산 기자 김산 기자 / 기사승인 : 2021-05-03 1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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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들어서 서기 전 무대 전경/ 사진= 김산 세계투데이 기자.

 

[세계투데이 = 김산 기자]

 

#입구부터 삼엄하다. 로비에 들어서자 마자 스텝들의 안내로 손소독을 실시한 뒤 체온 측정 기계 앞에 섰다. 1차 관문이다. 공연장 입구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음식물 지참 여부를 일일이 확인 받는다. 2단계의 체크를 마치고서야 관람석에 착석 할 수 있다. 

 

지난 2일 인천 송도의 한 연극 공연장을 찾은 기자가 관람석에 착석하기 까지의 과정이다. 실내에 입장하자 관람석 곳곳에는 방역수칙에 따라 띄엄띄엄 앉도록 안내문이 좌석에 붙어 있었다. 공연장 중심부의 좌석을 제외하면 모든 좌석은 앉을 수가 없도록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발병으로 인해 국내 공연·연극계는 물론 세계적으로 전례없던 타격을 입었다. ‘버티기’에 들어간 대형 극장 기업들과 다르기 소규모 공연 업계의 피해는 훨씬 컸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찾은 인천의 한 공연장은 코로나19 이전 극장 가동률이 연간 85%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10%에도 못미치며 극장 관계자가 폐관을 고민중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공연은 코로나19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연수구의 지원으로 문을 연 공연이었다. 티켓 수익성이 맞아서 여는 공연이 아니란 얘기다. 코로나19 여파로 티켓은 아예 팔수도, 구매 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지자체가 소수 인원에게만 초대권 형식의 무료관람권을 나눠줘 공연이 이뤄졌다.

 

10분쯤 지났을까. 본격적인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울렸다. 역시 안내 방송의 주요 내용은 방역수칙 안내였다. 이를 어길 시에는 강제 퇴출 조치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마스크 끈을 다시 한번 조여 맸다. 

 

▲방역수칙으로 띄어 앉기 안내가 붙은 좌석/ 사진= 김산 세계투데이 기자

 

공연이 시작되고 배우들이 무대에 서자 경험하지 못한 장면이 연출됐다. 마스크에 얼굴이 가려진 채 눈만 덩그라니 내 놓은 객석의 관람객을 보며 공연하는 배우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그야말로 ‘눈으로 말해요’ 식이다. 삭막한 공연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호응도 객석과의 교감도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때 즈음 1시간여의 공연은 마무리되고 또다른 진풍경이 이어졌다. 공연이 끝나자 배우도 관객도 손살 같이 흩어지는게 아닌가.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극이 끝나고 나면 일부 배우들이 공연장을 나가기 전 잠깐 로비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기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공연 후 만난 시흥에서 온 관람객 B씨는 "코로나19 이후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이렇다 할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 공연처럼 다른 공연들도 서로의 노력을 통해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정부도 함께 돕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공연에 참여한 출연진의 느낌은 어땠을까. 조연 역할로 무대에 선 C씨는 "그동안 코로나로 연극배우들의 설자리가 많이 없었는데 오늘은 마치 보상 받는 느낌이랄까 기분이 묘하고 울컥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는 한국연극협회가 지정한 ‘연극의 해’ 였다. 관련 예산 수십억을 배정하면서 연극 및 공연 산업 활성화를 계획했지만 연초부터 발병한 감염증 여파로 모든게 무산된 상태다. 지난 1991년 이후 29년 만의 계획이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충격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작지만 알찬 공연을 위해 준비한 스텝들과 배우들의 방역 노력과 열정에 대한 구슬땀을 엿보면서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웠다. 문화는 정서적 양식이다. 이들의 노력이 모여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연극계의 새 불씨를 지필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봐야 할 때다.

 

김산 기자 snae@segy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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