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없지만 영적 세계 믿는다”… 미국‘무종교층’의 반전 실체

미국 성인 4명 중 1명은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나, 이들 중 상당수는 일정 부분 종교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는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또는 선호하는 종교가 없는 미국 성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삶의 의미와 도덕성, 현대 사회에서 부족한 요소 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벱티스트 프레스(Baptist Press)에 따르면, 스콧 맥코넬(Scott McConnell) 라이프웨이 리서치 이사는 “미국의 세속화 추세에 따라 종교를 갖지 않는 인구 비율이 증가했다”며, “우리는 이들 ‘무종교인(Nones)’이 삶과 종교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고자 했다”고 조사 취지를 밝혔다.
벱티스트 프레스가 밝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미국 종교 인구 통계에서 종교 질문에 ‘해당 없음’을 선택하는 무종교인의 급증이 두드러졌으며, 1970년대 한 자릿수 비율을 차지했던 이들은 오늘날 성인 5명 중 1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수십 년간 이어온 이들의 성장세는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미국 종교 지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무종교층의 관점 역시 결코 단일하지 않았다.
무종교인들의 종교적 신념
무종교인의 36%만이 종교적 신념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비슷한 비율인 37%는 믿음과 불신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답했으며, 12%는 강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15%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종교가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비율은 무종교인의 23%에 불과했으며, 68%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을 ‘신앙인’이라고 묘사한 응답자는 29%,과반수(53%)는 이러한 호칭을 거부했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7%)는 자신을 ‘영적인 사람(Spiritual)’으로 간주했다. ‘영적임’의 의미에 대해 65%는 ‘자신의 내면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63%는 영적인 힘이나 업보(Karma), 에너지에 대한 믿음, 62%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포함한다고 답했다.
맥코넬 이사는 “미국 사회에서 ‘세속적’이라는 단어는 종교가 부재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결론이 전제되어 있으나, 실제로 그런 세속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무종교인은 절반에 불과했다. 따라서 미국 사회를 세속적이라고 부르려면 정의를 다르게 내려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을 영적이라고 생각하는 무종교인들 중 56%는 영성이 고차원적인 존재(Higher power)에 대한 믿음이나 타인과의 연결(53%)을 포함한다고 답했다. 영혼이나 천사, 악마에 대한 믿음(40%)이나 하나님에 대한 믿음(39%)을 언급한 비율은 비교적 낮았다.
구체적인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23%는 신의 존재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고, 20%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반면 신을 믿고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거나(18%), 신은 존재하나 알 수는 없다고 믿는(15%) 경우, 혹은 다신교적 믿음(11%)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맥코넬 이사는 “무종교인들이 초자연적 존재와 더 깊고 충만한 초월적 실재를 믿고 있다는 점은 사람들이 종교적이고 영적인 요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일반적인 ‘세속에 대한 인식’을 뒤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48%는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라고 선택했고, 30%는 어떤 형태로든 사후세계를 믿는다고 답했다. 이들 중 천국에 갈 것이라고 믿는 비율은 약 20%로, 그 이유를 ‘선한 사람이 되려 노력했기 때문(9%)’,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했기 때문(7%)’,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기 때문(4%)’ 순으로 선택했다.
종교에 대한 인식
무종교인들은 사회가 언젠가는 종교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63%의 무종교인은 종교가 선택의 기회로 제공되기보다 자신들에게 강요되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54%는 사회가 종교에서 멀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았으며, 51%는 종교가 공적 영역에 속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다만 종교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종교가 인간의 긍정적인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2%였으며, 42%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종교에 대한 이들의 의견은 주로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종교를 충분히 탐구해 보았느냐는 질문에 55%가 기독교라고 답했으며, 그 외의 개별 종교를 살펴본 이들은 13% 이하였다. 41%는 어떤 종교도 충분히 탐구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맥코넬 이사는 “무종교인 이웃이 그리스도를 따르길 원하는 기독교인들이라면 그들이 왜 기독교를 싫어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기꺼이 경청해야 한다”며, “무종교인의 40%가 종교적 탐구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은 종교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들에게 종교를 탐구해야 할 설득력 있는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삶의 의미와 도덕성
인생의 목표에 대해 55%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번창하도록 돕는 것’을 꼽았다. 이어 자기 자신의 번영(44%), 인류 전체의 번영(37%) 순이었으며, 28%는 인간의 경험을 넘어선 초월적인 어떤 것에서 의미를 찾고자 했다.
삶의 의미를 찾는 방식에 대해 81%는 인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43%는 인간의 번영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으며, 38%는 자신의 목표와 성취가 의미 없다고 자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성과 권위의 원천에 대해서는 외부보다는 내면에서 찾는 경향이 강했다. 68%는 자신이 복종해야 할 권위의 원천이 ‘자신의 의사결정’이라고 답했다. 과학적 증거(39%), 부모나 가족(22%), 하나님(22%)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13%)나 상사(11%)를 권위의 원천으로 꼽은 비율은 낮았다. 도덕적 기준 역시 78%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자신의 감각’을 꼽았다. 이들 중 88%는 현재 사회의 많은 부분이 망가져 있다는 데 동의했다.
맥코넬 이사는 “무종교인들이 또래 집단이나 사회적 그룹에 도덕적 원칙의 뿌리를 두는 경우는 드물다”며, “그들은 스스로 따라야 할 선천적인 도덕적 규칙이 있다고 믿지만, 항상 그렇게 살지는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나은 삶을 향한 갈망
다수의 무종교인은 사회의 붕괴를 목격하면서도 개인적·사회적으로 더 나은 무언가를 희망하고 있었다. 55%는 모든 사람의 삶에 궁극적인 목적과 계획이 있다고 믿었으며, 58%는 그 깊은 목적을 찾는 것이 인생의 주요 우선순위라고 답했다. 또한 65%는 평범함을 초월하는 삶의 충만함이 있다고 믿었으며, 68%는 삶의 온전함(Wholeness)을 찾길 원했다. 69%는 지금까지 발견한 것 이상의 무언가가 삶에 더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회적으로는 69%가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더 나은 지혜의 원천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56%는 누군가 우리 문화를 구원해 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맥코넬 이사는 “흔히 무종교인을 ‘무엇이 없는 사람들’로 정의하려 하지만, 온전함과 목적, 지혜에 대한 그들의 열망은 종교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들은 개인의 선택을 우선시하고 가치관에 따라 살며, 사회 현상을 개탄하는 동시에 삶에서 갈구하는 온전함의 원천을 찾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온라인 조사는 2025년 9월 17일부터 29일까지 미국인 2,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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