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명 사상' 김포요양병원 화재…긴박했던 대피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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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 화재 현장에서 대피한 환자들이 24일 인근 주차장에서 병원 호송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24일 갑작스러운 화마로 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친 김포요양병원 화재 현장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화재 직후 환자 130여명이 긴급 대피한 병원 1층 주차장에는 하얀 병상이 발 디딜 틈 없이 놓였고 매캐한 냄새가 맴돌았다.
환자들이 쓰던 수액 걸이도 그대로 매달린 채였다.
불이 났을 당시 이 병원에 있던 환자 대다수는 70∼80대의
노인이었다. 거동조차 힘들어 와병(臥病) 중이던 이들이 모두 대피하기까지는 1시간 남짓이 걸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연기와 화염을 빼내기 위해 병원 창문을 깬 뒤 환자들을
바깥으로 대피시켰다.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주차장으로 황급히 대피한 한규정(72) 씨는 "큰 소리가 나더니 간호사가 불이 났다고 해 급하게 몸을 피했다"며 "다행히 불이 난 4층에서 넓은 주차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그나마 빠르게 대피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요양병원이 입주한 상가 건물은 전기 안전검사로 인해 전력 공급이 차단된 상태여서, 환자 일부는 급히 대피하다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채 연기를 마시기도 했다.
실제로 호흡기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 현장에서는 증상 악화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바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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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 화재 현장에서 대피한 환자들이 24일 인근 주차장에서 병원 호송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간병인 박모(70·여)씨는 "가스 소리가 '펑'하고 나더니 복도에서 시꺼먼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병실에 계신 분들이 다 거동이 불편해 일단 휴지를 뽑아 환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한명씩 휠체어에 태웠다"고 급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고령의 환자들은 쌀쌀해진 날씨를 피해 마스크를 낀 채 담요를 두르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기만을 기다렸다.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가족들은 저마다 발을 동동 구르며 환자 곁을 지켰다.
소방대원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누비며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사이 구급차는 쉴 새 없이 사이렌을
울리며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간호사와 간병인을 비롯한 병원 직원들도 현장 챙기기에 바빴다.
한 직원은 "어르신들이 대피해서도 눈물을
흘리시고 기침을 했다"며 "검은 콧물과
가래를 뱉어내시는 데 마음이 아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대피한 환자들은 모두 부천·김포·일산의 병원 12곳으로 각각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강희숙 김포보건소장은 "중상자 가운데
고령자들은 차후 합병으로 인해 위급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도 "호흡기와 관련한 사안이므로 중상자 상태에 대해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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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 화재 현장에서 24일 경찰·소방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불은 이날 오전 9시 3분께 이 병원 보일러실에서 나기 시작해 50여분 만에 꺼졌으나 환자 2명이 숨지고 47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부상했다. |
이날 화재는 오전 9시 3분께 김포시 풍무동 한 상가 건물 내 4층 요양병원 보일러실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132명
가운데 A(90·여)씨 등 4층 집중치료실에 입원해 있던 2명이 숨지고 다른 환자 47명이
다쳐 인근 11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환자 130여명과 병원 관계자 30명도 대피했다.
부상자 중 B(66·여)씨 등 8명은 중상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나머지는 연기를 마신 환자들이다.
불이 난 상가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만4천814㎡ 규모다. 요양병원은
이 건물 지상 3층과 4층을 사용했다.
처음 불이 시작된 건물 4층에는 집중치료실, 물리치료실, 병실 22개, 약국, 원무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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