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인성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전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장, 전 한국문학과종교학회장)

노승빈 기자 노승빈 기자 / 기사승인 : 2026-10-13 20: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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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는 나의 땅끝 선교지, C. S. 루이스의 길을 따라 걷는 영원한 기쁨(Joy)의 여정"

▲ 이인성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전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장, 전 한국문학과종교학회장) 


1. 예수님을 믿게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신앙으로 이끌면서 경험한 캠퍼스 선교의 필요성을 말씀해주세요. 

 

대학 1, 2학년 때 다양한 독서와 만남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의 여정 가운데 하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부활 주일에 세례를 받고 주일학교 교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신앙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습니다. 대학 3학년 초에 하나님께서 크리스천 교수의 비전을 주셨고, 그 후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군 복무 중에 결혼했습니다. 전역 후 미국으로 유학하러 가서 영문학 박사학위(기독교 문학 전공)를 받고 귀국해 숭실대 영어영문학과에 30여년동안 재직했습니다. 대학 때 하나님을 만났기에, 캠퍼스는 저에게 선교지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기독교 문학과 문화를 연구하며, 캠퍼스 선교를 위한 교내외의 역할들을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고, 캠퍼스가 바로 땅끝 선교지라는 생각으로 일생을 달려왔습니다. 교회에서도 주로 청년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사역했습니다.  

 

청년대학생들의 고민과 방황을 접할 때마다 마치 저의 대학 1, 2학년 때의 모습을 보는 듯해, 교회, 집, 학교 어디에서든 그들과 함께하려고 힘써왔습니다. 저의 시간과 재능 그리고 물질이 캠퍼스 선교에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예수님께서 함께해주셔서 여기까지 왔음을 고백합니다.      

 

2. 평생동안 C. S. 루이스 작품을 통해 복음주의적 경건을 추구하는 신앙과 사역에 접목하려는 노력을 해오셨는데 그 중요성을 말씀해주세요. 교수님께 C. S. 루이스는 어떤 분인가요? 

 

C. S. 루이스는, 크리스천으로서 그리고 학자로서 제 삶의 롤 모델입니다. 저의 세부 전공도 루이스와 같아 신앙적으로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루이스의 렌즈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루이스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삶과 학문, 말과 글이 정확하게 한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 길이 비록 쉽지 않지만 영원한 기쁨(Joy)의 삶임을, 루이스는 글을 통해 그리고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더욱 굳건하게 뿌리내리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한 루이스의 구체적인 활동과 사역들이 저의 신앙과 삶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루이스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저도 루이스처럼 겸손이 흠씬 묻어나는 진솔하고 깊이 있는 글을 쓰면서 두툼한 삶을 살고 싶은 갈망(longing)이 속에서 뭉클뭉클 올라온답니다. 경건의 힘은 말이나 글이 아닌 일상의 삶에서 배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루이스는 제가 인간적으로, 신앙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좋아하고 따라가는 분입니다. 이러한 루이스를 소개하고 알리는 것도 제 사역이라고 생각하고, 중고등학교, 대학교, 교회 (주일예배, 수요 예배, 금요 기도회, 청년부, 대학부, 토요 특강 등), 서울, 지방, 직장 신우회든 어디든, 몇 명이 모이든, 부르면 달려간답니다.   

 

 

3. C. S. 루이스 작품을 어떻게 쉽게 읽을 수 있나요?  

 

많은 분이 저에게 C. S. 루이스의 글이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당연합니다.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기억력을 가진 천재가 6살 때부터 읽고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쓴 글을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니 힘든 것입니다. 영문과 박사과정에 있을 때 저도 수시로 막히곤 했습니다. 루이스의 글을 편안하게 읽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루이스의 글은 루이스와 주파수를 맞추면 아주 쉬워집니다. 다시 말해, 루이스의 글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어야 합니다. 벽난로 앞에 앉아 루이스와 얼굴을 마주하고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듯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루이스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20세기 초의 영국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덧붙여지면 더욱 쉽고 정확한 읽기가 가능해집니다. 텍스트(작품)와 콘텍스트(작품이 쓰인 주변 상황)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텍스트와 콘텍스트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사이이지요.  

 

또한 루이스의 작품은 가능하면 영어로 읽기를 추천합니다. 루이스는 톨킨(J.R.R.Tolkien)과 달리 짧고 간단한 문장을 선호했기 때문에 영어가 상대적으로 쉽고 평이합니다.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제왕]을 원서로 비교해 보시면 금방 아실 것입니다. 영어로 루이스의 작품 읽기를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에 이해가 잘 안되더라도 쭉쭉 넘어가면서 계속 읽다 보면 이해의 폭이 서서히 넓어지게 될 것입니다. 인내가 발효되어 꽃이 필 그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루이스의 글은 깊은 골짜기의 퇴적물처럼 인류의 지식이 깊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서두르지 말고 긴 호흡으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루이스의 책 한 권을 원서로 한번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을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번역본보다 원서에 손이 갈 것입니다. 그래도 원서가 부담되는 분들은 당연히 번역본을 읽으셔도 됩니다. 한국 최고의 번역가들이 정성을 다한 번역본들이니까요. 하지만 20세기의 최고의 문장가(stylist)로 알려진 루이스의 글맛을 온전히 즐기기를 원하는 독자들은 영어로 읽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하나님과 기독교를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저는 루이스가 쓴 기독교 관련 책들을 권합니다. 이야기(스토리텔링)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루이스가 쓴 소설들을 권합니다. 옥스퍼드 대학 영문과 교수였던 톨킨과 루이스는 진리를 전달하는 최고의 도구가 스토리텔링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기독교의 진리를 이야기(네러티브)로 풀어낸 것입니다. 비록 두 사람의 표면적인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그 뿌리는 같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거의 매주 (때로는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서로가 쓴 초고를 읽고 토론하며 진솔한 의견과 비판을 주고받았던 것입니다.  

 

많은 분이 루이스를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만 알고 있는데, 이 외에도 루이스는 다양한 소설들을 썼습니다. 루이스가 가장 좋아한 소설이 [나니아 연대기]가 아니고 [우리가 얼굴을 가질 때까지] (Till We Have Faces)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루이스는 기독교를 때론 에세이 형식으로 때론 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던 것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후에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한 자신의 재능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마음껏 활용했던 것입니다. 루이스에게 붙여진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라는 호칭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20세기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신학자 중 한 사람인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acGrath)는 20세기가 낳은 신학자 상위 10위 안에 루이스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루이스는 소위 신학교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4. 기도제목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대학 시절 하나님께서 꿈을 주시고, 그 꿈을 향해 일평생 걷게 하시고, 지금까지 이끌어주셨습니다. 하나님은 늘 제 안에서 저와 함께하시고 저와 함께 활동하셨습니다. 저와 저희 가정을 통해 역사하신 하나님을 증거하고,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공동체적 삶이 더욱 깊고 넓어지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와 은사들이 이 땅 생명들의 영과 육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공유와 연대를 더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자 합니다. 저의 달란트와 오랫동안 쌓은 훈련을, 루이스처럼 겸손하나 적극적으로 삶의 현장에서 풀어내고자 합니다. 전혀 모르는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들을, 대신 답해주겠다는 친형의 제안을 자신이 할 일이라고 완곡히 거부하고, 아침마다 일일이 손 편지 답장을 한 루이스처럼, 저도 생명을 북돋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5. 좋아하시는 성경구절과 한국과 재미교포 크리스찬들에게 신앙의 격려메시지 부탁드립니다. 

 

현재의 제가 있게 한 성경 말씀은 대학 4학년 말에 기도와 묵상 중에 받은 말씀입니다. 바로 빌립보서 4장 4절에서 7절 말씀입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제 삶의 여정에서 고비마다 저를 지탱해 준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과거 미국 유학 시절을 돌아봅니다. 미국교회 별관을 빌려 주일 오후에 예배드리는 조그만 한인 교회를 다녔고, 후에 온 교우들이 힘을 다하고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서 땅을 구입하여 아담하고 예쁜 교회 건물을 지었습니다. 저의 감격스러운 첫 성전 건축이었습니다. 5년 반의 미국 생활 동안 재미교포분들의 삶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교회는 특별히 이분들에게 기도처였을 뿐만 아니라 사랑방이었습니다. 미국 땅에서의 한인들은, 마치 초대교회 교인들처럼, 거주민(resident)이지만 이방인 같은 삶을 사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삶의 중심에 신앙 공동체인 교회가 재미교포분들께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는 코이노니아의 장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저도 동일한 경험을 하며 유학 생활을 했습니다. 만남이 곧 친교와 예배였고 그 중심에 하나님과 식탁 교제가 있었습니다. 초대교회와 관련된 좋은 책들이 많이 번역 출간되어 있습니다. 함께 모여 책 나눔을 하면서, 생활 현실 속에서 신성 현실을 경험하고 쌓아가시기를 소망합니다. 초대교회 교인들처럼, 상황에 매이지 않고 이 땅에서 하늘나라를 살아가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신앙생활을 이어가시기를 응원합니다. 그 여정에 C. S. 루이스의 글들이 훌륭한 길벗이 되어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대담. 노승빈 (세계투데이 주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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