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인사담당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례와 다른 인사, 인사권자 결심 필요"

전장헌 / 기사승인 : 2019-11-20 17:20:46
  • -
  • +
  • 인쇄
검찰, '물의 야기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 행해졌다는 의혹 추궁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법관 인사를 담당한 현직 판사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대법원장 등 인사권자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근무한 노모 판사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증언했다.

이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2016년 이뤄진 법관 배치 인사 내용을 제시하며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이 행해졌다는 의혹을 추궁했다.

예를 들어 2015년 인사에서 A부장판사는 인사 형평성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점수(형평점수)가 높은 등급으로 분류됐지만, 이후 하위 그룹으로 강등돼 격오지 법원으로 배치됐다.

검찰은 A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부적절한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물의 야기 법관'으로 지목됐고, 그 결과 무리하게 등급이 강등됐다고 본다.

A부장판사의 사례처럼 '사법부 블랙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물의 야기 법관'으로 찍힌 사례가 2013~2017년 사이 31명에 달하고, 9명은 실제로 인사 불이익까지 당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아울러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이들 판사의 인사조치 검토 문건에 'V' 표시를 하며 최종 결정을 했다고 의심한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사례에 대해 노 판사는 "직접 한 일이 아니라 구체적인 과정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판사의 배치는 대법원장의 정책결정 사안이므로, 기존의 인사원칙이나 관례와 달리할 때 그 점을 보고해 결심을 받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A부장판사의 사례와 관련해, 검찰은 행정처 심의관들이 주고받은 인수인계 문건에 "격오지 배치를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반대했으나, 인사권자의 뜻이 강해 막지 못했다"고 기재된 사실도 이날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인사실에서 반대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결재라인의 어느 단계에서 결정됐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사권자'라는 표현을 두고는 "정확히는 대법원장을 말하지만, 법원행정처 차장과 처장, 대법원장 등을 통틀어 인사권자라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노 판사의 증언을 앞두고는 증인 신문을 공개할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처장의 변호인은 법관 인사에 관한 증언이 공개되면 신상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되고, 당사자인 법관들의 재판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비공개를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이나 안태근 전 검사장의 인사권 남용 의혹 사건 등에서도 인사자료 심리가 공개로 이뤄졌다"며 "법관 인사자료에 대해서만 심리를 비공개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비공개 심리는 헌법과 법원조직법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판을 공개했다. 다만 인사평가 내용 등은 증인만 보도록 했다.
 


[저작권자ⓒ 세계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선교

+

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