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입주민들 의구심...내가 낸 관리비 제대로 쓰이나?

이연숙 기자 이연숙 기자 / 기사승인 : 2020-06-07 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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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관리비 명세서(해당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세계투데이DB 

 

경기도 하남시 A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조모(30)씨는 지난 4월 중순 엘리베이터에 관리사무소의 관리비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매달 관리비를 내지만 수요 조사도 없이 대부분 입주민이 외출한 평일에 소독이 이뤄진 데다 화재경보기 등 소방방재 장치에 잦은 오작동이 발생해 관리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매달 시설유지비를 지불하지만 수시로 울리는 화재경보기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입주자의 10%도 혜택을 못 보는 평일 출근 시간대에 소독을 진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차권 구매, 소독, 방역, 인터넷 업체 선정 등 대부분 계약을 관리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관리비 관련한 불만을 토로한 입주민이 40명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조씨가 대자보를 붙인 지 한 달가량이 지나서야 오피스텔 관리사무소로부터 받은 것은 손으로 적은 관리비 시뮬레이션 내역뿐이었다.

시뮬레이션 내역은 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했는지 알기 어려워 계좌 내용과 공식 장부 등을 다시 요구했지만 관리사무소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게 다'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관리사무소 측은 "소독 시간 변경, 소방방재 장치 점검 등 입주민이 요구한 사안은 시공사 측에 하자 처리 요청을 하는 등 현재 시정하고 있다"면서도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정식 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장부 관리를 한다"며 관리비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정보 공개 요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답변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씨는 "아파트와 달리 소유자보다 세입자가 많은 오피스텔은 입주자 관리단을 만들기 어려워 입주민 의견 수렴조차 힘든 구조"라며 "언제까지 입주민들이 불신 속에서 관리비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오피스텔 입주민 사이에서도 관리비가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왕왕 나온다. 일부 오피스텔은 관리비 징수 주체를 두고 법적 분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인근 B오피스텔의 일부 입주민들은 시행사가 선정한 관리업체가 부과하는 관리비가 과도하다며 지난 5월 오피스텔 관리단 준비위원회를 통해 별도의 관리업체를 선정, 관리비 운영을 맡기고 있다.

현재 B오피스텔 입주민들은 시행사 선정 관리업체와 관리단 준비위 선정 관리업체의 계좌 중 한 곳을 선택해 관리비를 내고 있다.

B오피스텔 관리단 준비위 측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전 세대에 위임장과 안내문을 보내 총회 참여를 독려했고, (입주민들에게) 동의서도 받는 등 절차대로 관리업체 선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B오피스텔 입주민인 최재진(가명·34)씨는 "(입주월인) 작년 8월 관리비가 34만원가량으로 많이 나와 관리사무소 측에 이유를 물었더니 '지하주차장 습기 때문에 에어컨을 많이 틀었다'고 했다"며 "수치 확인을 위해 장부를 요청하니 '법적으로 공개 의무가 없다'며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입주민인 이영현(가명·33)씨도 "(작년) 9월 이후도 관리비가 과다하게 부과돼 입주민 불만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사 측은 일부 입주민들이 만든 관리단 준비위가 관리업체를 선정한 것이 법적 효력이 없다며 가처분 및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시행사가 선정한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에어컨 비용을 포함해 초기 입주 시 직원 인건비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장부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입주민 주장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오피스텔 관리비를 두고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간 갈등이 잦아지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관리인은 매년 1회 이상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집합건물법(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 2월 개정됐지만 회계감사 세부 기준 마련 등을 위해 내년 2월에나 시행될 예정이어서 그동안 별도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법무부가 지난달 19일 현행 제도 미비점을 보완하려고 지방자치단체장의 감독권 신설, 집합건물 관리 투명성 제고 등 내용이 담긴 집합건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이제 걸음마를 뗀 21대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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