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요 및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난 '아기상어'는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의 이런 확신에서 시작했다. 2010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영유아층을 겨냥한 캐릭터 제작에 본격 뛰어들었을 때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아기상어도 시작은 순탄치는 않았다. 경찰차송과 과학송, 인체송 등 후크송을 응용해 만들어 낸 동요만 수백가지에 달했다. 소위 '메가 히트곡'으로 거듭나진 않았지만, 반복적인 음색이 특징인 후크송은 남녀노소에게 통한다는 김 대표의 생각은 변함없었다. 그는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전 세계로 뻗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회사 이름이기도 한 핑크퐁을 좀 더 키우고 싶었고, 핑크퐁 시리즈 중 하나로 아기상어를 다루는 방안도 검토했다"며 "아기상어가 전 세계 인기를 휩쓸면서 별도의 IP(지식재산권)로 나누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성공 방정식' 따른 핑크퐁·'인간' 캐릭터 묘미 살린 베베핀
아기상어의 성공은 회사의 이름이기도 한 여우 캐릭터 '핑크퐁'이 뒷받침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2010년대 초 책에 동봉된 CD로 주로 팔리던 동요에 뮤직비디오를 입히자는 게 캐릭터를 만든 계기였다.첫 캐릭터인 만큼 기획부터 철저했다. 창업을 하기 전 넥슨에서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의 캐릭터 어떻게 성공시키는지를 배운 게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분홍색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인기를 끈다는 점을 적용하고자 했다"며 "일본 캐릭터 헬로키티 등 대중적인 분홍색을 피하기 위해 진한 인상의 핫핑크색을 골랐다"고 말했다.
여우를 캐릭터로 고안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이다. 순한 이미지의 곰과 토끼와는 달리 익살스러우면서도 영리한 여우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김 대표는 "흔히 여우는 악역이라는 이미지가 커 상대적으로 귀여워 보이는 사막여우를 참고했다"며 "어린왕자를 본떠 왕관을 씌우는 등 캐릭터 스토리를 구체화했다"고 했다.
최근 더핑크퐁컴퍼니에서 주력하고 있는 캐릭터 '베베핀'은 아기상어와 핑크퐁의 장점을 살려 만들어졌다. 동물 캐릭터가 인간의 몸짓을 따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반영해 남자아이로 고안했다.
김 대표는 "핑크퐁이 인간이었을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 낸 게 베베핀"이라며 "초기 성장률은 아기상어나 핑크퐁보다 서너배 정도 빠르다"고 부연했다. 베베핀의 머리색이 분홍색인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이어 "유니콘을 좋아하는 누나 '보라'와 해적을 좋아하는 형 '브로디' 등으로도 세계관을 적극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00년 넘는 '스테디셀러 브랜드' 꿈꾸는 핑크퐁
실제 이달 더핑크퐁컴퍼니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약 1500억에 달한다. 누적 구독자는 2억 5000만명을 넘겼다. 일평균 조회수와 구독자도 각각 1억 3000만명, 21만 명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세부 지표를 토대로 영상 조회수를 추적하고 매출을 정산하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10년 넘게 노하우를 쌓고 있다"고 했다.
콘텐츠 시청층을 영유아에서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기 위한 여러 시도도 하고 있다. 아기상어를 의인화한 2023년 작 스핀오프 웹툰 '문샤크'를 선보인 게 한 예다. 김 대표는 "AI로 만든 목소리를 캐릭터에 입히는 기술도 개발하는 등 양질의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역량을 토대로 전 세계에 더핑크퐁컴퍼니의 캐릭터를 적극 알리겠다는 게 김 대표의 계획이다. 지난해 백악관에 초청된 유일한 국내 캐릭터 '아기상어' 외에도 베베핀 등 차세대 캐릭터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축제 '아소비 마나비 페스타'에 베베핀 공연을 선보이며 약 3만명의 관객에게 호응을 얻은 게 한 예다. 베베핀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다음 달 개봉할 예정이다. 이외에 일본 TBS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제작한 첫 오리지널 문샤크 콘텐츠는 올 3분기에 방영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10년은 물론 100년 넘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며 "더핑크퐁컴퍼니가 국경과 플랫폼 경계를 넘나들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 회사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했다.
출처: 한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