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는 동구와 함께 대표적인 ‘원도심 지역’이다. 중구 대흥동과 선화동에 있던 대전시청·충남도청이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정치 1번지’로 꼽히던 곳이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인구가 줄면서 20년 넘게 공동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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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지난달 1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로컬100으로 지정된 성심당 대전역점을 찾아 임영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
그런 중구가 요즘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10~20대 청년층은 물론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골목이 북적거린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커다란 쇼핑봉투를 양손에 들거나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골목과 도로에 가득한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두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과 대전 연고의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 때문에 생긴 진풍경이다.
한화 유니폼 입고 양손에는 성심당 봉투
‘대전=성심당’이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성심당은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 본점을 두고 있다. 서구와 중구에도 매장이 있지만 ‘본점 사수’를 고수하는 마니아들은 1~2시간 줄을 서는 기다림을 마다치 않는다. 덕분에 성심당 주변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성심당) 빵을 사기 위해 KTX를 타고 왔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개에 2000원도 안 되는 튀김소보로를 맛보기 위해 3만~5만원이나 되는 교통비를 감수했다는 얘기다. 최근 친구들과 KTX를 타고 성심당을 찾았던 김지윤(28·서울 송파동)씨는 “작년 봄에 대전에 출장을 다녀온 사촌오빠를 통해 처음 튀김소보로를 맛보고 반했다”라며 “대전에 보고 즐길 게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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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 있는 성심당 본점 건물. 대전 중구은 공공기관 이전과 인구 감소로 공동화 현상을 겪었지만 성심당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인기로 상권이 활성화하고 있다. 권혁재 기자 |
최근 대전역에 입점한 성심당이 임대료 문제로 ‘방을 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자 고객 불만이 하늘을 찌를 정도다. 2012년 11월 대전역에 입점한 성심당은 2019년 역사 2층 맞이방으로 이전해 월 평균 매출액 26억 원의 4% 수준인 1억 원의 수수료를 매월 코레일유통에 지불하고 있다. 지난달 임대계약이 만료됐으나 6개월 연장해 오는 10월 말까지 매장을 운영한다.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중구 부사동에 있다. 성심당과 직선거리로 1㎞ 거리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한화 팬은 야구장 가는 길에 성심당에 들러 빵을 사 가는 게 일상화가 됐다고 한다.
한화 이글스, 올 시즌 홈경기 21경기 매진
야구판에선 한화 팬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3년 연속(2020~2022년) 꼴찌(10위)에다 5년간 9~10위를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17경기 연속 홈 경기 매진(1만2000명)이라는 신기록을 작성해서다. 한화는 올해 홈구장 개막 경기가 열린 3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16경기에다 지난해 마지막 홈경기까지 17경기 연속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홈 28경기 가운데 21경기가 매진이다. '괴물 투수' 류현진 복귀로 프로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까지 야구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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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지난달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 류현진이 공을 던지고 있다. 한화는 이날 올 시즌 20번째로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
덕분에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주변 상권은 밤새 문전성시다. 홈 경기가 통상 3경기 연속을 열리는데 휴가를 내고 내려온 팬들로 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숙박업소는 방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야구 관람에 빼놓을 수 없는 메뉴 치킨과 족발도 경기가 있는 날에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50%가량 올랐다고 한다.
한화 홈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주말에 대전을 찾는 권오선(52)씨는”빙그레 시절부터 팬인데 경기도로 이사를 한 뒤에도 여건만 허락하면 꼭 경기장을 찾는다”며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내도 지금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따라올 정도로 열성 팬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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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지난 4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전광판에 16경기 연속 매진 소식이 안내되고 있다. 연합뉴스 |
대전 중구 방문자 전년보다 6.2% 증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4월 대전 중구의 방문자 숫자는 356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다. 관광 소비 합계도 전년 동기 대비 13.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숙박 목적지 검색도 전년보다 10.1%가 늘어났다.
방문객이 몰려들자 은행동상점가상인회와 성심당은 6월 말까지 ‘으능이랑 성심이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생매장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성심당에서 빵을 구매한 뒤 영수증을 상생 매장에 보여주면 10~2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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