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르고 실용적인 로봇”
로봇센터 건물에서 기자를 반긴 건 회사 직원이 아니라 톈궁이었다. 로봇 마라톤 우승 때 입은 유니폼과 운동화를 그대로 착용하고 있었다. 즉석에서 톈궁과 200m 달리기 시합을 해봤다. ‘로봇이 빠르면 얼마나 빠를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순식간에 탄력을 받아 시속 10㎞까지 속도를 높이는 톈궁을 따라잡기가 만만치 않았다.로봇센터에 들어서니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가늠할 힌트가 곳곳에 보였다. 한편에선 사람처럼 열 개 손가락을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이 끊임없이 귤과 사과를 집어 그릇에 놓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톈궁 개발자가 귤 위치를 계속 옮겨 방해했지만 다시 경로를 탐색하고 작업을 수정해 임무를 완수했다. 그 옆에선 톈궁과 얼굴, 몸통은 비슷하지만 손가락 대신 집게가 달린 휴머노이드 로봇이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인 종이컵, 도시락통, 종이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엔지니어는 “톈궁이 미래에 가장 빠른 휴머노이드 로봇일 뿐 아니라 가장 실용적인 로봇이 되길 바라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 낸 비결은 ‘삼위일체’
로봇센터가 불과 설립 1년 반 만에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비결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과 과감한 인재 유치, 민간 빅테크와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요약된다. ‘정부(government)-민간(private)-인재(talent)’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것이다.로봇센터는 중국 정부가 주축이 돼 설립했다. 유비테크, 샤오미, 징청기전, 즈퉁테크, 인스파이어로봇 등이 공동 투자했다. 정부 지원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베이징시가 휴머노이드 로봇 육성을 위해 100억위안(약 1조95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할 때 상당 부분을 로봇센터에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로봇센터는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와 엔니지어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 빅테크가 제시하는 연봉을 웃도는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현지 과학계에 따르면 로봇센터는 출범 당시만 해도 로봇 연구개발자, AI 엔지니어, 시스템 통합 인력 등이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00여 명의 상근 연구개발·운영 인력이 근무 중이다. 연구 인력이 전체 직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기술부서장 4명 중 3명은 미국 등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오픈소스 생태계도 로봇센터의 빠른 성과를 이끈 주역 중 하나다. 로봇센터는 톈궁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 구조 설계 문서 등 주요 기술 자료를 중국 내 관련 업체에 공개한다. 칭화대, 베이징대, 허베이공대, 중국과학원, 바이두, 샤오미, 알리클라우드, CATL, 유비테크, 아이플라이텍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로봇 기술력을 갖춘 대학·민간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수시로 정보를 공유한다. 이들은 톈궁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2차 개발을 수행하며 톈궁의 과제 수행 능력을 높이고 있다. 이른바 ‘플랫폼+데이터+생태계’ 삼위일체 모델이다.
로봇센터가 마라톤 로봇 다음으로 공들이는 건 노인돌봄 로봇이다. 고령화시대가 다가오며 집안에서 물건을 나르고 청소하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로봇센터 관계자는 “로봇 마라톤을 통해 톈궁의 하드웨어, 스포츠 능력과 관련한 테스트를 마쳤다”며 “위치 인식, 환경 인식, 경로 계획, 관절 제어 등 자율 항법 연구개발에 더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