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 이슈, ‘고래 고기 사건’ 숨진 A행정관 급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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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 해상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 고래는 몸길이 4.6m, 둘레 2.4m, 무게 1.6t이었다. 이 고래는 수협 위판장에서 2890만원에 팔렸다. 연합뉴스 제공 |
청와대 발 ‘하명수사’가 문재인 정권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청와대가 나서서 적극 해명했지만 의혹만 가증시키는 꼴이 됐다. 하명수사의 핵심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울산 ‘고래 고기 사건’을 감찰해도 타당한 것인가. 둘째, 이 사건을 감찰하러 간 게 아니라 김기현 전 울산 시장을 지방선거에서 낙마시킬 목적으로 감찰하러 가기 위한 허위 명분이었냐는 것이다.
고래 고기 사건은 울산지검과 울산경찰이 대립각을 세웠던 것으로 지난 2016년 4월 발생했다. 울산 경찰이 밍크고래 불법 포획사건을 수사하면서 증거물로 압수했던 고래 고기 27t 중 21t을 울산지검은 “불법 포획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과 함께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 당시 고래 고기를 시가로 환산하면 21t은 30여억원으로 추정되는 양이다.
울산지검의 무혐의 처분 결정에 앞서 울산경찰은 불법 포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압수한 고래 고기에서 DNA 샘플을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의뢰해 놓은 상태였다. 불법 포획 여부를 판단하려면 고래 고기 DNA 샘플의 정밀 대조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많이 소요된다. 그러나 울산지검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불법 여부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유통업자에게 고래 고기를 돌려주는 결정을 내렸다. 그해 12월 국립수산과학원은 “모두 불법으로 포획한 고래로 추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이미 유통업자는 해당 고래 고기 전량을 시중에 판매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발표 후 일부 환경단체는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며 담당검사를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더욱이 고래 고기 유통업자의 변호를 담당했던 변호사는 과거 울산지검의 고래 고기 불법 포획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이 단체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전관예우’라며 비판했다.
경찰은 고래 고기 유통업자 중 1명을 구속하고 유통업자 변호인과 담당 검사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사안은 울산지검과 울산 경찰의 갈등으로 확대됐다.
고래 고기 사건이 논란의 정점에 이르자 이 환경단체는 2018년 1월 청와대에 ‘국민 청원’을 요청했다. 이에 청와대 특별감찰반 행정관 A씨가 ‘고래 고기 사건’을 조사하러 내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1월 29일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울산에 내려간 것이 김기현 전 울산 시장 측을 사찰하러 간 게 아니라 고래 고기를 둘러싼 검·경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내려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울산광역시 송철호 경제부시장이 숨진 청와대 행정관 A씨에게 2017년 10월 김기현 전 울산시장 및 측근 비리 의혹을 제보했고 2018년 1월 A씨가 울산에 고래 고기 사건을 조사 차 내려감에 따라 의혹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특별감찰반의 역할이 고래 고기 사건을 감찰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다. 예전부터 특별감찰반은 '별동대' '사직동팀' 등으로 불리며 대통령의 사조직으로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 당시 대통령 특별감찰반을 사조직이 아닌 대통령 측근 비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성역 없이 감찰할 수 있는 기관으로 개편했다.
2018년 당시 민정수석실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검경 갈등 사건 정점에 놓인 고래 고기 사건 조사를 위해 급파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특별감찰관실 용도와 맞지 않게 된다. 청와대는 특별감찰관실 A행정관이 급파된 것은 '업무에 있는 사항'이라고 답변했지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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