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100일, 한일 ‘WTO 합의점’ 주목

김영욱 편집국 이사 / 기사승인 : 2019-10-11 09: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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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측 피해, 한국보다 커… 아베 정부 태도변화 ‘추이’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일본 아베 정부가 한국에 수출규제를 한 지 11일로 100일이 됐다. 아베 정부는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시작했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유례없는 일이었다. 아베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8월 28일엔 한국을 백색국가(전략물자수출심사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는 자유무역 원칙을 부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는 명백한 ‘경제보복’이다. 통상 문제와 관련이 없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무역을 무기로 보복에 나선 것이다. 

 

국제 여론이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에 비판적인 이유다. 우리 정부는 맞대응 차원에서 8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했고, 9월 18일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지난 100일을 돌아보면,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는 한국보다 오히려 일본 쪽이 더 컸다. 아베 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이 우리 국민의 불매운동에 불을 붙여 관광 분야 등 일본의 관련 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본의 7~8월 한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다. 한국의 일본 수출 감소율 3.5%의 두 배가 넘는다. 

 

아베 정부가 무역보복으로 수입규제가 아닌 수출규제를 하다 보니 일본 기업들의 불만이 크다. 일본 기업들은 우회수출 등으로 수출규제를 피해 가고 있다. 주요 고객인 한국 기업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일종의 자구책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는 우리 국민의 분노를 촉발했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불을 붙였다. 일본의 관련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관광 분야의 피해가 크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를 보면,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이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7.6%, 8월엔 48% 감소했다. 8월 통계가 나온 지난달 19일 일본의 주요 신문들이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그만큼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메이드 인 재팬’의 상징인 일본 승용차의 9월 한국 판매는 60% 감소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1년 새 15.9%에서 5.5%로 축소됐다. 일본 맥주의 9월 수입액은 6천달러(약 700만원)로 99.9% 감소했다. 사실상 수입이 중단된 셈이다.

 

무리한 수출규제가 제 발등을 찍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비롯해 그동안 여러 차례 외교적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일본에 요청했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규제 문제를 다룰 세계무역기구(WTO) 첫 절차인 한-일 국장급 양자협의가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일반적으로 양자협의는 과장급으로 이뤄지는데 양국이 사전 논의 과정에서 국장급으로 격상했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3개월여 만에 통상 분야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고위급 만남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단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며 지난달 11일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당사국 간 양자협의는 WTO 무역 분쟁 해결의 첫 단계다. 피소국은 양자협의 요청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10일 이내 회신해야 하는데 일본은 9일 만인 지난달 20일 양자협의를 수락했다.

 

정해관 통상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10일 출국 전 “일본 조치의 문제점과 비합치성을 제기할 것이고 합의할 해결책이 있는지 모색할 것”이라며 “WTO 분쟁해결 절차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국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는 이번 협의에서 WTO 규정에 부합하는 적절한 (제도) 운용의 변경이라는 기존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은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여 협의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양자협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실패로 끝날 경우 제소국인 우리 측이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 분쟁당사국과 제3자국이 참여한 가운데 평균 6개월, 최고 9개월간 심리를 거치게 된다.

 

수출규제 이후 첫 통상 분야 고위급 만남인 만큼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또 오는 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우리 정부 대표로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총리는 국회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을 지내는 등 정부 내 대표적인 일본통이다. 이 총리와 아베 신조 총리의 만남이 이뤄지면, 사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로 공동 번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숙명적 관계에 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며, 수출규제 철회가 그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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