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텐안문 사태’ 아니길 바란다

김영욱 편집국 이사 / 기사승인 : 2019-10-07 09: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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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경찰 격렬충돌…中 주둔군 막사에‘경고 깃발’

1989년 6월 4일 미명에 민주화를 요구하며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학생·노동자·시민들을 중국이 계엄군을 동원해 탱크와 장갑차로 해산시키면서 발포, 많은 사상자를 낸 정치적 참극이 발생했다. ‘텐안문(天安門) 사태’다.

 

두산백과와 21세기 정치학대사전 등에 따르면, 당시 학생들은 노동자·지식인을 포함한 광범위한 시민층을 대표하여 5월 13일 이래, 베이징대학과 베이징사범대학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모인 학생대표들과 함께 톈안먼 광장에서 단식연좌시위를 계속했다.

 

이에 당국은 학생들의 시위를 난동으로 규정, 베이징시에 계엄을 선포했다.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알려진 양상쿤(楊尙昆) 국가주석 등 강경파는 6월 3일 밤 인민해방군 27군을 동원, 무차별 발포로 톈안먼 광장의 시위 군중을 살상 끝에 해산시켰으며, 시내 곳곳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학생·군인들이 시위 진압과정에서 죽거나 부상했다.

 

이른바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이 사태 이후 중국 지도부는 반혁명분자에 대한 숙청, 개인숭배 조장, 인민들에 대한 각종 학습 등 체제굳히기와 함께 개방정책 고수를 천명했다.

 

때마침 이 사건은 고르바초프 방중 취재차 온 각국 기자단에 의한 생생한 TV 중계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아 중국정부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높았다. 우리나라도 TV 메인 뉴스로 안방에 생생히 전달됐다.

 

작금 홍콩에서 국제적 뉴스로 부상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도 텐안문 사태와 유사점이 많다. 특히 시위 참여자들이 중국과 홍콩당국이 맞서 ‘일촉즉발’ 외줄다리 현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사흘째 벌어지는 등 반(反)중국 시위가 되레 격화하는 모습이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섬과 카오룽에서 2개의 그룹이 오후 2시부터 수만명 규모로 가두행진을 했으며, 저녁 늦게까지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 그룹은 홍콩섬의 코즈웨이베이에서 센트럴 차터가든까지, 다른 그룹은 카오룽의 침사추이에서 삼수이포까지 향했다.

 

시위대는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마스크를 쓰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몽콕 등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일부 시위대와 경찰은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경찰이 여러 곳에서 뚜렷한 폭력 행위가 없었는데도 최루탄을 쏘기도 했다고 전했다.

 

코즈웨이베이, 프린스에드워드, 조던 등 곳곳의 중국건설은행 ATM 등이 파괴되는 등 중국 기업에 대한 공격은 계속됐다.

 

시위대는 몽콕 인근의 중국 휴대전화 샤오미 매장에 불을 질렀으며, 중국 본토인이 소유한 식당을 때려 부수기도 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화상을 입었고, 전직 여배우 셀린 마는 시위대가 중국은행 점포를 훼손하는 것을 찍다가 구타당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일부 참가자들과 홍콩에 주둔 중인 중국군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위대 몇백명이 중국군 막사 벽에 레이저 불빛을 비추며 항의의 뜻을 표하자, 한 중국군 병사가 지붕 위로 올라가 중국어와 영어로 “경고. 여러분은 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라고 적은 경고문을 들어보였다.

 

한 인민해방군 병사는 경고의 의미로 노란 깃발을 들었고, 여러 병사들이 시위대의 동태를 감시했다. 얼마 후 시위대는 다른 지역으로 향했다.

 

홍콩 주둔 중국군이 시위대에 경고 깃발을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홍콩 시위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사이의 첫 직접 접촉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지난 4일 홍콩 정부는 시위 확산을 막는다며 공공 집회나 시위 때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발표하고 5일 0시부터 이를 시행했다. 이를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고 4일부터 홍콩 곳곳에서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6일 집회는 경찰의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경찰은 코즈웨이베이와 센트럴 지역에 대규모 시위 진압 병력을 배치했다. 이날도 수십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나 가면 등을 쓰고 “홍콩이여 저항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 시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운 것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14살 소년이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었다.

 

지난 4일 저녁 위안랑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던 14살 소년이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다 경찰이 쏜 실탄을 허벅지에 맞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시위 참가자가 경찰의 총격을 당한 것은 지난 1일 18세 고교생이 경찰이 쏜 실탄을 가슴에 맞고 중상을 입은 후 두 번째다.

 

하지만 경찰은 사과나 해명은커녕 전날 저녁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이 14세 소년을 폭동과 경찰관 폭행 혐의로 체포했다. 홍콩에서 폭동 혐의로 유죄를 받으면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전날 동영상 성명을 통해 "어제 홍콩은 폭도들의 극단적인 행동 때문에 '매우 어두운 밤'을 보냈다"며 "함께 폭력을 규탄하고 폭도들과 결연히 관계를 끊자"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시위 사태가 격화해 시위대의 지하철 기물 파손이 잇따르면서 전날 홍콩의 모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도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있으며, 시위가 예상되는 지역의 주요 역은 모두 폐쇄됐다. 홍콩 내 전체 91개 지하철역 중 이날 오전부터 폐쇄된 역은 49곳에 달하며, 저녁 들어서는 거의 모든 역이 폐쇄됐다.

 

일부에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을 조속히 투입해 홍콩 시위를 진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홍콩 시위를 톈안먼 사태 방식으로 탄압한다면 양국 무역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어떤 명분으로든 무력사용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무력사용으로 전선이 확대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당국과 시민은 대화로써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어주길 바란다. ‘제 2의 텐안문 사태’가 아니길 바라는 우려 때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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