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라' 김은선, 금녀의 벽 허물다

김재성 기자 / 기사승인 : 2019-12-07 08: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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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로 美 주요 오페라단 음악감독 선임…"그냥 지휘자로 불리길 기대"

▲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음악감독에 발탁된 지휘자 김은선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김은선. 그는 향후 5년간 오페라단을 이끌며 연주에 나선다. 미국에서 여성 지휘자가 메이저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이 된 건 김은선이 처음이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음악감독에 5일(현지시간) 선임된 김은선(39)은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녔던 여성 지휘자다. 오는 2021년 8월부터 이 오페라단 음악감독으로 5년간 활동한다.

김은선은 2010년 마드리드에 위치한 왕립오페라극장에서 로시니 희극 오페라 '랑스로 가는 여행'을 지휘했다. 1858년 이사벨 여왕 2세 때 창립한 스페인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이 극장에서 여성 지휘봉은 처음이었다.

연세대 작곡과를 거쳐 2003년 동 대학원 지휘과로 진학, 최승한 교수를 사사한 그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에 재학 중이던 2008년 5월 스페인에서 열린 '헤수스 로페즈 코보스 국제오페라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지 2년 만에 '금녀의 벽'을 허물었다.

김은선은 2011년 세계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인 키릴 페트렌코 현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밑에서 보조지휘자로 활동했다. 그는 당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선보였고, 이듬해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푸치니 '라 보엠'을 연주했다.

지난 2013년엔 또 한 번 '최초'를 기록했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국립오페라단 무대에 데뷔한 것이다. 당시 11차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공연을 지휘하며 세계무대에서 또 한차례 '인장'을 찍었다.' 

 

지난 2015년 '명장' 다니엘 바렌보임 초대로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지휘하는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그는 2017년 미국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하면서 미국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6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를 연주해 "매우 자유로우면서도 정확한 연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진출 2년 만에 샌프란시스코오페라단 음악감독에 선임된 그는 미국 메이저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됐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여성이, 그것도 외국 출신이 주요 오페라 하우스 음악감독을 맡게 된 것은 파격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지휘계에서 여성 지휘자는 전체 1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여성 음악감독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 10월 워싱턴 내셔널오페라 무대에서 모차르트 '마술피리'를 선보인 그는 다음 시즌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피델리오'를 지휘할 예정이다. 이어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시카고 오페라 무대에 설 예정이며 2021년 시즌에는 세계 최정상 무대 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라 보엠'을 지휘할 계획이다.

김은선은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오페라 하우스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임 지휘자를 해달라고 해서 너무 감격했다"고 말했다.

각종 '최초' 기록을 써 가는 김은선.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 할머니가 1912년생이세요. 한때 할머니를 부를 때 '여의사'라는 말이 따라다녔지요. 하지만 생존해 계실 때, '여의사'를 '의사'라고 부르는 상황을 보게 되셨어요. 제가 최초의 여성 음악감독이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다음 세대에는 그냥 '지휘자'로 불리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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