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련 "찬송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

조혜련 집사 / 기사승인 : 2019-12-03 08:21:24
  • -
  • +
  • 인쇄
남편 따라 시어머니 다니는 교회 참석… 예전에 믿던 종교보다 따뜻함 느끼며 “예배에 한번만 더 와볼게”

 

몇 주가 지난 어느 주일, 남편을 따라 시어머니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 따라갔다. 서울 강남구 수서의 작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예쁘고 아담한 교회였다. 쭈뼛거리며 어색하게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혹시나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후 예배가 시작되는 종이 울렸다.

찬양대가 반주에 맞춰 찬송가 310장 ‘아! 하나님의 은혜로’를 불렀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 성가대의 화음이 아름다워서였을까. 아니면 정말 성전에 계신 성령의 이끄심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찬송을 듣는 순간 그만 눈물이 뚝 떨어졌다.

눈물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는 정말 쓸데없는 자다. 쓸데없는 가스나로 태어나서 엄마가 죽으라고 엎어놨고, 대학에 합격해서 돈 버리는 짓을 했다며 부지깽이로 얻어맞았고, 열심히 일본에서 방송 활동을 했지만 결국은 오해를 받으며 욕만 듣던 나, 그런 쓸데없는 자가 바로 내가 아닌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찬양대의 찬송은 계속 이어졌다. “내 모든 형편 아시는 주님”이라는 가사가 들렸다. ‘내 형편은 나를 낳은 엄마도 형제들도 내 아이들도 모른다. 심지어 나 자신도 내가 왜 이렇게 불도저처럼 자신을 괴롭히며 사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내 모든 형편을 아시는 주는 누구란 말인가?’

잠시 후 황명환 담임목사님의 설교가 이어졌다. 목사님의 첫 인상은 정말 인자해 보였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 성경책을 펼쳤다. ‘출애굽기? 굽기라고? 출애가 뭔데 굽지?’ 옆에 앉은 남편을 쿡쿡 찌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출애가 뭔데 굽는 거야?” 남편은 순간 억지로 웃음을 참는 듯했다.

성경을 뒤적거리며 다른 제목들을 살펴봤다. ‘민수기? 민수는 한국 사람인데 성경을 쓸 때 한국 사람 민수씨도 같이 집필을 도왔나? 누가복음, 이건 누가 썼는지 모르는 건가? 에베소서, 이건 마리아가 애를 갖는 내용인가?’ 성경 제목을 훑어본 후 다시 목사님의 설교를 듣기 시작했다.

이날 설교 말씀의 주제는 출애굽기 31~32장에 기록된 ‘금송아지 사건’이었다. 430년 애굽 땅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나님이 모세를 리더로 세워 주셨다. 이스라엘 민족은 애굽을 빠져 나와 시내산에 안착하게 된다. 40일 동안 시내산 위에 올라가 하나님을 만나고 있는 모세를 기다리지 못한 이스라엘 민족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금귀걸이, 목걸이로 금송아지를 만들고 그것이 자신들의 신이라며 좋아서 춤추며 뛰노는 장면이었다.

생전 처음 듣는 성경 말씀이었다. ‘참 이스라엘 백성들 너무하네. 하나님이란 존재가 그렇게 힘들게 종살이하던 자기네들을 애굽에서 탈출시켜 줬는데 고작 40일 그 시간 동안 모세를 못 기다리고 배신하나? 참 어이없네.’ 하나님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성경 속 이스라엘 사람들이 너무 의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남편이 내게 물었다. “자기야, 오늘 예배 어땠어?” “응, 뭐 그냥 그렇지 뭐.” 나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사실 예배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예전에 믿던 종교는 내가 스스로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한 정성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날 예배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묘한 따뜻함과 촉촉함이 있었다. “다음 주는 안 올 거지?” 남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 다음 주에 한 번만 더 와볼게.” 남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작권자ⓒ 세계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정치

+

이슈 FOCUS

+

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