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檢 보고사무규칙 개정, '검찰장악' 기도?

권국만 대기자 / 기사승인 : 2019-11-23 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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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안 나오기 전 검찰·야당 반발…"검찰 사전보고 강화하려는 시도"
법무부 "의견 수렴해 구체적 개정안 마련"…'사전보고 강화' 의도인지 불명확
수사관련 '상급검찰청장·법무장관에 동시보고' 규정 검찰청법에 배치 지적도

▲ 법무부, '검찰보고사무규칙' 개정…검찰 반발[연합]

 

문재인 정부가 '조국 사태'로 파열음을 낸 검찰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법무부령을 개정하려는 것일까?
법무부가 지난 14일 '검찰개혁 추진계획' 보고서를 당정에 제출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정당한 개정이라는 주장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혼재돼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문제가 된 것은 보고서 내용 중 '검찰보고사무규칙' 개정과 관련된 부분이다. 중요 사건의 수사·공판 단계별 보고 등 보고대상·유형을 구체화해 검찰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올해 12월말까지 규칙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다.

검찰보고사무규칙은 검찰이 법무부 장관에게 하는 수사 관련 보고와 정보보고의 대상과 방법 등을 규정한 법무부령이다. 범죄의 발생, 처분, 재판결과, 검찰 업무 관련 정보 등을 일정한 양식에 따라 상급 검찰청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동시에 보고하도록 한다.

법무부는 이 규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개정해 각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검찰이 법무부에 보고해야 할 내용 등을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은 개정 방침만 밝힌 상태로 세부적인 개정안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마련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 외에는 정해진 사항이 없다. 일종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놓은 개정 방향"이라며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의 규칙 개정 권고안 등 관련 의견을 모두 참고해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개정의 세부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검찰과 야당은 '검찰 장악 시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수사를 시작하기 전에도 '사전보고'를 하도록 개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국 사태 이후로 정부와 '불편한 동거' 중인 검찰은 권력형 비리 수사 기능이 무력화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검찰청법에 배치되는 하위 법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잘 검토하라"고 일선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법무부의 규칙 개정이 검찰의 사전보고를 강화하는 방향이면 검찰 조직 차원에서 저항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도 즉각 '정권의 폭주이고 행패'라고 비판하며 검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1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사전에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게 되면 대통령, 청와대까지 직보될 것이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검찰과 야당의 우려처럼 정부는 '다른 의도'를 품고 검찰보고사무규칙을 개정하려는 것일까?
일단 '보고대상·유형을 구체화'하겠다는 법무부의 개정 취지가 검찰 사전보고 강화 조치인지는 현 단계에서 속단키 쉽지 않다. 법무부의 설명은 검찰보고사무규칙 중 명확하지 않은 규정을 구체화해 검찰이 법무부에 보고해야 할 대상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논란이 확산하자 법무부 김오수 차관(장관대행)은 19일 "현행 규칙이 1982년에 만들어졌고 그동안 작은 개정은 있지만 현재의 보고 실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이를 현실과 맞추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사전보고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에 대해선 "보고 사무 규칙을 개정하더라도 압수수색 영장과 같은 것을 사전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은 아예 포함하지 않을 것이다. 사전에 뭘 보고받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 생각에 잠긴 김오수 법무부 차관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 차관의 이 같은 설명은 검찰의 수사 관련 보고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가 그동안 밝혀온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직후 이전 정권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됐던 수사 사전보고 관행을 없애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실제로 이후 검찰 지휘부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법무부에 사전보고를 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구체적인 개정안이 나오지 않은 현재로선 '보고대상과 유형을 구체화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이 사전보고를 강화하는 등 방법으로 정부가 검찰 장악에 나선 징후라고 볼 근거는 충분치 않은 것이다.

한편, 현행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나오는 상급 검찰청장 및 법무장관에 대한 동시 보고 규정이 검찰청법의 검찰 수사 독립성 보장 취지에 반하므로 차제에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도록 하면서,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상급 검찰청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동시에 수사 관련 보고를 하도록 한 검찰보고사무규칙의 현행 규정은 검찰청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3월 '검찰청법 취지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보고를 받도록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개혁 권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개혁위 위원으로 활동한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을 '선출된 권력'이 통제할 필요가 있으므로 수사 관련 보고 자체는 필요하다"면서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장관이 검찰총장만 지휘하도록 한 검찰청법 취지에 맞게끔 규칙을 손질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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